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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10년', 방관은 동조다

제희원 | 2018.11.16 | 좋아요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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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 앵커멘트 없음

[제희원 기자]
"회사 기계에 목을 매면 따돌림받는 사람들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까."

지난달, 한 대기업 계열사 생산 공장에서
여섯 명의 노동자들이 길게는 십 년간 직장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이들의 목소리가 세상 밖으로 터져 나온 지
꼭 한 달이 지났는데요. 피해자들은 다시
피켓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사연일까요.

◀SYN▶ 피해노동자
"지금 더 힘든 과정을 겪고 있거든요.
누가 잘못됐으면 잘못된 과정을 질책하고 처벌을 해야하는데 아직도 아무런 처벌이 없으니까 그쪽에서는 얘네들이 더 잘못한거다...
2차적인 피해를 입는 것 같아요. "

괴롭힘과 따돌림을 주도했던 한 모 팀장은
현재 직무가 정지된 상태입니다.

당장 피해자들과는 업무적으로 마주치지
않도록 분리 조치가 된 것인데요,

하지만 이 직무 정지는 엄밀히 말하면
'징계'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말그대로 직무를
정지시킨다는 뜻이지 보직은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징계를 받은 건 아닙니다.

게다가 한팀장을 두둔하고 따돌림을 주도하던
실무자들도 여전히 팀 내에 남아있습니다.

회사는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다음에도
단 한 명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은건데요.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폭로 기자회견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사과 한마디 듣기는커녕,
오히려 2차 피해를 걱정합니다.

◀SYN▶ 피해노동자
"산재 은폐 정황도 드러난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한 똑바른 처벌도 안 하고
징계위원회도 전혀 열리지 않고
오히려 해당 팀장을 비호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거든요. 아무것도 진행된 게 없어요."

엘지하우시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일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직장내 괴롭힘 문제의
해결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우리나라 직장인 열 명 가운데 일곱 명이
직장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도 있었죠. 거의 매일
갑질을 당한다는 답변도 12%가 넘었습니다.

직장 갑질이 하루걸러 터지는 이유는 '그래도 된다는' 법의 빈틈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행 형법으론 폭행과 폭언을 제외하고
과도한 업무지시나 왕따 등은 처벌할
근거 자체가 없습니다.

법의 부재 탓에 해결은 당사자 손에
맡겨지고, 조직 문제보다 개인 간 갈등으로
치부되는 분위기도 여전합니다.

국내에서도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괴롭힘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이유로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일본, 스웨덴에선 직장내 괴롭힘에 대한 세세한 규정은 물론, 경영진까지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한 것과도 대조적입니다.

침묵과 방관의 토양 위에 직장내 괴롭힘의
씨앗은 또 어디선가 자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루의 절반을 함께하는 일터를
괴롭힘의 터전으로 방치하지 않는 일,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MBC뉴스 제희원입니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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