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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 없이 75년 인생..절도 저질렀다 새 삶

이지현 | 2021.09.15 | 좋아요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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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인이 농산물을 훔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노인이 한평생을 마치 유령처럼 살아온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정확한 이름도, 주소도, 주민등록번호도 없이 사회안전망 밖에서 70년 넘는 세월을 지내왔습니다.

보도에 이지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충주의 한 교회 뒤 창고.

주변을 살피던 사람이 창고 앞에 걸린 마늘을 떼어갑니다.

다른 교회에서는 떡과 쌀을 훔친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경찰 추적 끝에 붙잡힌 범인은 75살 할머니.

그런데 신원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난감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름을 조회하고 열 손가락 지문을 모두 확인해도 기록이 없었습니다.

출생신고도 주민등록 신고도 돼 있지 않은 '가족관계 미등록자'였던 겁니다.

◀SYN▶가족관계 미등록자 할머니(변조)
"주민등록 없으니까 예금하는 거 하고 조금 (힘들었다). (병원도) 일반으로 갔죠. 일반으로 돈 내고..."

알고 보니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남은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혼자 산 세월이 60여 년.

열다섯 살 때부터 스스로 생계를 책임지면서 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고, 도움을 청할 여유도 없어 마치 유령처럼 지내온 겁니다.

끝내 남의 물건에 손을 댔는데, 훔친 물건은 먹거나 되팔았습니다.

◀SYN▶가족관계 미등록자 할머니(변조)
"힘들어서요. 몰라요, 나도 모르게 그냥 순간적으로 그랬죠."

경찰은 수사와 별개로 할머니를 위한 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관련기관과 함께 당장 먹을거리를 지급하고, 사회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성 씨와 본적, 주민등록 형성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INT▶박창호/충주경찰서장
"제도적인 혜택을 받는다면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적은데 모르거나 또는 접근이 좀 어려워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전화INT▶최인애/대한법률구조공단 충주출장소장
"(가족관계 미등록자는) 어려서부터 사회에서 고립되어 살아오는 경우가 많고 미등록인 채로 계속 살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료로 (절차
를) 지원하고 있으니 가까운 법률구조공단을 내방하셔서..."

뜻밖의 이유로 새 삶을 찾은 할머니. 해서는 안 될 일을 했지만, 처벌 이후를 생각한 주변의 손길이 75년 유령 생활을 끝냈습니다.
MBC 뉴스 이지현입니다.(영상취재 양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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